[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물들어 온다 배 띄워라
‘만개할 때 꺾어라.’ ‘물들어온다 배 띄워라.’ 화랑 비즈니스 좌우명이다. 한 번 화랑에 발 들여 놓은 고객은 황제 모시듯 정성을 다한다. 그렇다고 납작 엎드려 아부하거나 빌붙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맞선다. 한 쪽이 기울어 상대를 얕잡아 보게 되면 딜은 끝장난다. 주고 받는 악수가 고객과 판매자가 나누는 협상의 시작점이다. 시너지는 강대 강 대치일 때 발생한다. 한 쪽이 한 쪽을 제압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주머니 깊숙이 숨겨진 투자 금액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딜러의 역할이다. 시너지(synergy)는 동반 상승 작용이다. 시너지는 같은 느낌으로 여럿이 뭉쳐 더 큰 힘을 낸다는 뜻이다. 맘에 드는 작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 싶은 고객의 니즈(needs)와 욕구를 만족 시켜주는 딜러의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세일을 성사시킨다. ‘앞 갯벌에 안개 걷히고 뒷산에 해 비친다. / 배 띄워라 배 띄워라 / 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중략) 배 세워라 배 세워라 / 일엽편주에 실은 것이 무엇인가 / (중략) 취하여 누웠다가 여울 아래 내려가련다. /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떨어진 꽃잎이 흘러오니 무릉도원이 가깝도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세상의 티끌은 얼마나 가렸느냐’-윤선도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중에서. ‘어부사시사’는 어부의 일상을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인간의 존재와 소외, 죽음 등을 전통적인 가사문학의 소리와 리듬에 담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인생에도 배를 띄우는 시간이 있고, 배를 멈추고 신선 놀음을 즐기지만, 세상의 티끌을 가릴 수 없는 생의 아픔을 비켜가지 못한다. ‘만개할 때 꺾어라’는 화랑 좌우명 두번째다. 그로서리는 필요한 것들을 제 때에 사지만 그림은 우유나 오렌지 주스처럼 다급하지 않다. 딜러는 ‘그림을 사도 그만, 안 사도 그 뿐인’ 고객에게 작품을 구입하는 이유와 좋은 그림을 가까이 두는 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하는지를 공감하게 하는 사람이다. ‘ Ready, Willing, Able’의 조건을 갖춘 손님은 중요한 고객이다. 작품 구입 할 준비(Ready)가 돼있고 구매 욕구(Willing)가 충만하며 구매 능력(Able) 있는 고객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에 매료될 수 있도록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두르지 말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 와서 사겠다는 고객은 오지 않는다. 중서부에서 현대미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화랑을 열게 된 것도 엄청난 실패에서 얻은 몫이다. 유명화가의 동양화 판권으로 카탈로그 제작 및 판매로 미국 가정에 동양화를 걸겠다는 꿈은 박살 났지만 어부지리(漁夫之利)로 화랑을 열게 된다. 전시장 부스를 돌며 유명딜러들과 화가, 미술계의 거목들과 친분을 쌓은 결과다. 사업은 실패하고 돈은 잃었지만 사람을 얻은 셈이다. 인생에도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교차된다. 썰물에 배를 띄울 수 없다. 물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배를 띄우면 순항하기 쉽다. 꽃은 지고 다시 피지만 제 때에 꺾지 않으면 낙화 되어 흩어진다. 기회가 와도 잡지 않으면 물거품이다. 마른 땅에 헤딩 하듯 사는 것이 인생이라 할 지라도 기회는 소리소문 없이 다가온다. 실패와 좌절이 번갈아 앞을 막아도 쓰러지지 않는 나무는 지축을 향해 뿌리내린다. 사는 것이 맨 땅에 헤딩 하듯 마른 땅에 배 띄우는 무모한 반복이라 해도, 물 들어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꽃잎이 피고지는 소리 들을 수 있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악수가 고객 화랑 좌우명 화랑 비즈니스